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명예롭지 못한 유산
슬픔이 대물림 되는 순간들은 숭고한 의식과도 같았다.
그녀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슬픔을 내 등 뒤로 속삭이곤 했다.
나는 그 시간들을 삼켜내며 그녀의 잠을 기다리는 밤들이 길어졌다.
이 시간들은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딸의 딸에게 물려주는 명예롭지 못한 유산이다.
그녀가 속삭이는 슬픔에는 곳곳에 사랑이 맺혀있었기 때문에
나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개가 된 것 같은 기분으로 그것을 열심히 핥아먹었다.
그러다보면 그녀는 어느새 잠에 들어있는 것이다.
그녀가 잠든 후면 그 이후로는 오롯이 나만의 밤이 찾아온다.
그녀의 규칙적인 숨소리가 방 안을 채우는 것을 들으며 시간을 샌다.
그런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갔다.
첫 번째 곡, '잠'
밤새도록 너를 기다려왔지
수없이 너의 이름을 불렀지
쉴 새 없는 생각 그침 없는 절망
하는 수 없이 두 눈을 감았지
기억나지 않는 간 밤의 여정
사라져버린 이름의 행방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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