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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름의 기억
몇 년전부터 그가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.
나는 그가 없는 그녀의 시간을 늘 상상하곤 했다.
불행의 근원.
그가 없었다면 그녀가 조금은 덜 작아질 수 있었을까.
타고나길 극악한 사람과 타고나길 약해빠진 사람이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알고있다.
그 말도 안되는 상생 속에서 몇이나 괴로워할 수 있는지.
엎질러진 음식들과
축축해진 벽지,
고장난 문고리와 깨진 창문까지.
아주 지독하게 생경히 그려낼 수 있다.
울고 있는 사람과 모른 체 하는 사람, 화가 난 사람과 도망치는 사람.
그의 장례식에서는 아무도 곡소리를 내지 않았다.
그녀는 무덤가 근처에서 고사리를 캤다. 내일 무쳐서 먹을 고사리라 하였다.
그가 죽은 이후에도
나는 이렇게 자라난 채 괴로워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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